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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전쟁

치매 알츠하이머병 3회차 병원 진료 후기 - 인지기능개선제 더 센 처방

by 평정러 202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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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수요일 인지기능개선제와 우울증약 처방약을 한 달 간 복용한 후 첫 진료일이다. 모친은 첫 처방약의 복용을 3~4회 정도 놓쳤다. 그래도 혼자 동네와 한강 산책, 시장보기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길을 잃을까봐 나름 유성매직으로 표시를 하고 다니고, 반복해서 다니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우리는 한 달 간 함께 다니면서 길을 가르쳐주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매일하던 방문 수를 일주일 3회로 제한하였다. 모친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꼈지만, 너무 심심하니까 방에만 있기 싫어서 슬슬 외출을 시도하다가 좋아진 것이다. 

 

모친에게 오늘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서 왕성민 교수님을 만날 것을 미리 예고하였다. 그리고는 그동안 힘들었던 점, 좋아진 점, 특이 사항 등을 모두 말씀드리라고 했다. 모친은 원래 자존감이 강해서 약점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병은 숨기면 안된다, 솔직히 말해줘야 의사 선생님이 기억력이 빨리 좋아지는 치료를 하실 거다.' 라고 설득을 했다.

 

싱그러운 초록 식물이 병원 화단에 가득했다. 모친은 화단을 보며 아주 잘 꾸며 놓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리고는 '우리 자식들도 이런 정원이 있는 집에 살면 좋을텐데...' 라고 한다. 늘 이런 식이다. 그냥 좋은 것을 즐기면 되는데, 없는 것을 찾아서 아쉬워하며 불만족해 한다. 그러면 옆에 있는 자식은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기분이 된다. 모친의 바램을 들어 주지 못해 괜히 뭔가 잘못한 것 같다. 나는 '다 직장 다니며 일하는데 화단이나 정원 가꾸는 걸 어떻게 해요?'라고 일침을 가하면, 바로 '사람 두고 살면 되지...' 라고 응수한다. 그러면 사람 두고 못 사는 내 처지에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모친을 만나면 별 큰 일을 하지 않는데도 피곤함이 극대화된다.

 

왕성민 교수님은 뜬금없이 '갑상선 치료는 잘 하고 계시죠?' 라고 질문을 했다. 모친은 수십년 전에 서울대 병원에서 갑상선 종양을 절개한 적이 있다. '예, 약을 잘 먹고 있어요.'라고 모친이 대답을 했다. 나는 '아뇨, 병원에는 안 다니시고, 민간요법으로 하고초라는 약을 드세요. 갑상선과 치매가 무슨 관련이 있나요?'라고 물어 보았다. '네, 관련이 있습니다. 갑상선 치료도 같이 하셔야 합니다. 성모병원에서 하셔도 되고, 다른 병원에서 하셔도 됩니다. 연계해 드릴까요?' 한다. 나는 일단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모친에게 좀 어떠냐고 현재 상태를 물어 보았다. 모친은 '사람을 만나야 내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지 맨날 혼자 집에 있으니 별 불편함이나 문제가 없어요.'라고 한다. 나는 '모친이 3~4회 정도 약을 안 드셨고,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밤에 누가 집 문을 열려고 한다고 집 안에서 문 손잡이를 테이프로 꽁꽁 싸맨 적이 있어요. 익스텐션 코드도 매달려 있더라고요. 약을 안 먹으면 그런 현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약은 매일 꾸준히 드셔야 합니다. 식사는 잘 하세요?' '네 잘 하세요.' '그럼 약을 올리겠습니다. 원래 처방해야 했던 건데, 식사를 잘 하신다니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모친은 '그게 뭔 소리야?'라고 물었다. '아, 식사를 잘 하시니까 더 좋아지는 약을 처방해 주신다는 거예요.'

 

처방 받은 약이다.

1. 항우울제 렉사프로정 5mg

2.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에비스정 10mg

 

근처 약방에 갔더니 나이 지긋한 여자 약사가 아직 남은 인지기능개선제 약은 마저 먹으라고 했다. 바로 센 약을 먹으면 어지러울 거라고 했다. 이것이 하나의 사단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처 식당에 가서 나는 추어탕을 시키고, 모친은 좋아하는 비빔냉면을 시켜 맛나게 먹었다. 원래의 계획은 한강공원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실 생각이었는데, 내가 설사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터라 언제 사고가 생길 지 몰라 포기했다. 

 

집 근처에 와서 모친 보고 혼자 집으로 가시라고 했다. 벌써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친도 얼른 들어가 보라고 하며 혼자 갈 수 있다고 하신다. 처음으로 집까지 모셔다 드리지 않고 길거리에서 헤어져 보았다.

 

그리고 나는 모든 기운이 소진되어 침대에 드러누웠다. 심신이 완전히 피폐되어 아무 것도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채 이틀 간 누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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