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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전쟁

치매 인지기능개선제 부작용일까요 - 아리셉트에비스정 5밀리그램(도네페질염산염 5mg), 렉사프로정5mg

by 평정러 202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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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집에 전화 없이 갑자기 방문하였다. 미리 전화를 하면 '오지 마라. 너희도 바쁜데 너희들 일이나 신경써라.', '너희들 내가 귀찮게 하네. 빨리 죽어야겠다.' 등 본심과 다른 말을 해서 정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뭔가 인기척은 나는데, 평소처럼 '누구냐?'라고 묻지를 않는다. 좀 이상해서 '저예요, 수영이예요~~!'라고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대신 안에서 뭔가 부시럭 거리며 용을 쓰는 소음이 계속 들린다.

 

뭔가와 한참 실랭이를 하는 눈치였다. 더욱 걱정스러웠다. '대답이나 좀 하지~~'라고 생각하는데, 문이 덜컥 열렸다. 모친은 멀쩡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아, 너희들 웬일이냐?''

"점심 같이 먹으려고 들렀어요."

 

그런데 현관문을 보니 익스텐션 전기 코드가 문 위의 여닫이 조절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또 문의 손잡이에는 스카치테이프가 돌돌 말려 있다. 모친은 우리가 질문도 하기 전에 '어제밤에 누가 문을 열려고 해서, 밤새 무서워서 잠을 못잤다. 그래서 이렇게 문을 못열게 했지.'라고 설명을 한다. 

 

그리고는 누가 초인종을 눌렀는데, 거실의 화면에 아무도 안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고장이 났나하고, 밖에서 초인종을 눌러 보았더니, 모니터에 사람 얼굴이 잘 나왔다. 고장이 안 났다고 하니, 어제밤에는 분명히 아무 것도 안 나오더라고 한다. '하~ 또 뭔 일이래~.' 속으로 걱정을 하며 우리는 준비해온, 과일과 떡과 부침개를 한 상 차렸다. 

 

그리고는 우연히 달력을 보았는데, 달력에 붙여 둔 알츠하이머병 인지개선기능제가 모두 없어졌다. 떼어버린 자국만 남아 있었다. 깜짝 놀라서 '어? 약 모두 어디갔어요?'라고 했더니, '난 안 건드렸는데...'라고 하신다. '그 약 하루라도 걸르면 안 되는데, 어디 두셨어요?'라고 물어 보았더니, 전혀 생각이 안 나는 눈치였다. '아~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동생댁이 달력으로 다가가더니 '3월이네요, 왜 4월로 안 해 놓고...'하면서 달력을 한 장 넘기니 약이 고스란히 붙어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약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어제 약 안 드셨네요. 이거 매일 꼭 드셔야 돼요.'라고 했더니, 이미 복용한 걸로 알고 있는 것이다. '달력은 왜 3월로 해 놓으신 거예요?', '내가 뭘 좀 찾느라고...', '하이고 그러면 다시 4월로 해 놓아야지...', '지나간 달력은 모두 찢어버려야겠다.' 라고 했더니 옛날 것 찾아 볼 일도 있다고 극구 말린다. 

 

그리고는 꿈이 너무 사납다고 한다. 나는 모친에게 해당하는 인지기능개선제의 부작용을 다시 찾아 보았다. 렉사프로정5mg(항우울제), 아리셉트에비스정5mg(치매 치료제)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 렉사프로정5mg에는, '부주의하게 1회 복용을 놓친 환자에게 이와 같은 증상(감정불안, 과민성...)이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 아리셉트에비스정 5mg에는, 이상 반응으로 정신계에서 환각과 공포가 있었다.

 

혹시 섬망 현상이 아닐까 싶어 찾아 보았다. 섬망과 치매를 비교해 보았다.

 

- 섬망은 지남력장애(며칠? 어디? 상대는 누구?)이고,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정신의 혼미 증상이라고 한다.

  개선이 가능하다.

-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며, 치매 초기의 경우에는 정신은 정상이라고 한다. 개선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섬망 현상은 아니다. 우리는 점심 메뉴에 대해 만드는 법과 맛을 품평했다. 모친은 과일을 깎아주었고, 데리고 간 반려묘와도 아주 즐겁게 잘 놀아 주셨다. 항상 느끼지만 모친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정확하게 사고하고, 소통한다. 모친의 문제는 나중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부는 기억하고, 일부는 완전 상실하고, 일부는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치매는 과거에 대한 배신이다!' 즐거운 일은 고스란히 잊고, 나쁜 것만 기억하고, 좋은 것도 나쁘게 왜곡하고, 없던 일을 창조하여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정말 궁금한 것은 치매 알츠하이머병 인지기능선제의 1회 복용을 놓친 것만으로도, 이렇게 환각과 환청과 불안과 사나운 꿈을 꾼 것일까? 다음 진료일에 가서 교수님께 반드시 보고하고, 상담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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