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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전쟁

알츠하이머 치매 가족 누가 돌볼 것인가 - 선순환 팁(tip)

by 평정러 2022.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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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은 좌측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 2년여 시골에서 혼자 참으며 고생하였다고 한다.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되었다. 내가 억지로 끌고 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친은 무릎이 아프다고 울기까지 했다. 그런데 병원에 가는 택시 안에서 모친은 괜찮다고 안 간다고 고집을 부렸다. 병원 앞에서 하차한 후 길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더니 '안 간다' 라고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던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어르고 달래며 관절약 복용하도록 챙겨 드리고, 물리치료를 주 2회씩 받도록 했다. 이제는 잠도 잘 자고, 일어서고 앉을 때 무릎이 너무 부드럽다고 하고, 걷기도 잘 한다. '진작에 병원에 다닐 걸' 하며 후회하는 말까지 한다.

 

모친은 절약하고 아끼는 것이 몸에 배여있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안 간 것도 한몫한 것 같다. 물리치료비가 1,800원, 약값이 4,3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는 '이렇게 싼데 진작 다닐 걸. 매일 물리치료받아도 얼마 안 하겠다.'라고 하며 좋아 한다. 

 

지난 주부터 관절약은 이제 간헐적으로 복용해도 된다는 처방을 받았다. 매번 내가 모시고 갔고, 끝나면 맛있는 점심을 사먹고, 근처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큰 동생댁이 나 대신 다녀오겠다고 자청하는 것이다. 갑자기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모든 걸 하려고 했구나... 이렇게 분담하는 방법도 있구나...  

 

우리 가족은 모친을 위해 애초에 정한 규칙이 하나 있다. 모친 방문 시에는 미리 단톡에 올리기였다. 한꺼번에 가족이 몰려서 갔다가 아무도 안 가는 날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됐으니 외롭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이다. 그래서 모친 방문을 미리 알리면 겹치지 않게 다른 가족이 다른 날짜를 단톡에 올리는 것이다.

 

*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나 : 21일은 내가 모친께 가고, 22일은 큰 동생댁이 가고, 23일은 우리 둘 다 가고, 24일은 내가 가고, 26일과 27일은 미정임. 일정 참고 바람.

- 작은 동생댁 : 저는 26일과 27일은 친정에 가서 어머님께 못 갑니다.

- 남동생 :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내일 저녁에 들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 큰 동생댁 : 엄니집 왔는데 오광 떼고 잘 계십니다.

- 작은 동생댁 : 수고 많으셔요~ 저는 어머님께 일요일 점심 때 쯤 가보겠습니다.

 

그런데 모친 방문뿐만 아니라 병원까지 온전히 내가 책임지고 있었는데, 큰 동생댁이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횡재를 만난 기분이다. 하루를 온전히 선물받은 기분이었다. 

 

* 나는 가족들이 참고하라고, 병원에 가서 나와 모친이 했던 루틴을 단톡에 올렸다. 

 

- 집에서 미리 모친 카드를 챙긴다.

- 15분 정도이니 산책 삼아, 지리도 익힐 겸 걸어서 간다.

- 병원 도착하면 모친이 직접 접수하도록 한다.

- 의사 진료 후 

- 모친이 직접 모친 카드로 병원비를 결재하도록 한다.

- 물리치료증을 직접 수령하여 챙기도록 한다.

- 2층 엘리베이터를 직접 조작하도록 시킨다.

- 2층 물리치료실에서 직접 물리치료증을 제출하도록 한다.

 

큰 동생댁은 그대로 미션을 완수하고 나서, 모친이 백종원이 하는 홍콩반점에서 짜장면을 짭짭하며 잘 드셨다고 단톡에 올렸다. 놀라운 것은 모친이 자신의 카드로 사줬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모두 힘을 합쳐 돌보아야 모친도 가족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치매 증상도 빨리 좋아질 것이다.

 

* 다음은 가족들이 서로 모친을 분담하며 돌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하는 TIP 몇 가지이다. 

 

- 기본적인 전제가 반드시 솔선수범하며 조금 더 많이 봉사하는 사람, 주관자가 있어야 한다.

- 조금이라도 각자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색을 내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 그 생색에 다른 사람들은 치하를 아끼지 않는다.

- 모친을 만나 무엇 무엇을 했고, 사진도 올리고, 뭔가 즐겁고 새로운 것을 해드렸다고 단톡에 적극적으로 올린다.

- 그러면 다른 구성원도 자신도 뭔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고, 언제 무엇을 하겠다는 답글을 올린다.

- 다른 사람은 그런 결정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이렇게 선순환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관자는 이 선순환의 길이 지속되도록 다음의 모토를 기억한다.

 

'말 고삐를 길 위에 올려 놓는다.'

'혼가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먼 길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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