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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부르는 사주 공부

공망 - 과잉의 시대 끝없는 갈망

by 평정러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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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망(空亡)의 한자는 ‘빌 공'과 '망할 망’의 조합이다. '망해서 비었다'는 뜻이다. 공망에 해당하는 십신 또는 육친의 복이 없고, 덕이 없다고 한다. 사주팔자에 공망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운이나 세운에서 공망에 해당하는 지지가 오므로 누구나 피할 수는 없다. 사주를 간명하다 보면 공망이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나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미 공망이 사주에 있으면, 적응이 되어 있다. 그러나 운에서 만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생기거나, 나쁜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골칫거리가 해결된다. 그런데 이 공망이란 것이 좀 이율배반적이다. 우리 모친은 부친과 매사 상극이었다. 말년에는 부친의 간병으로 모친이 병이 날 지경으로 힘들어 하셨다. 남편복도 지지리 없다고 한탄하실만 했다. 그런데 막상 부친이 작고하시자, 식사도 잘 못하고, 외로워하고, 삶에 무기력해지셨다. 병들었어도 남편의 그늘이 그렇게 든든한 줄 몰랐다고 하신다. 그런 양면성을 가진 것이 공망이다. 있으면 귀찮은데, 없으면 시원한 것이 아니라 빈 자리가 너무 크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1인 가구수가 전체가구의 31.7%이다. 10명 중 3명이 홀로 사는 사람이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고,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상품과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다보니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1인 가구를 사주명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아신'만 있고, 다른 육친, 즉 십신이 모두 공망인 것이다. 자신에게 배우자도, 부모도, 자식도, 형제도 없다. 재성 공망, 관성 공망, 인성 공망, 식상 공망이다. 1인 가구라면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자식이 없을 테니 이미 2개 이상이 공망인 셈이다. 

 

니트족, 캥거루족도 육친의 공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요즈음에는 자발적인 비혼주의, 딩크족, 졸혼 등이 트렌드라고 한다면, 사주명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공망'이 트렌드인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다 가졌는데 딸이 없다고 서운해 하는 사람과 홀가분하게 혼자 살아서 좋다는 사람이 있다. 진짜 공망에 해당하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1. 공망 잡는 법

 

- 연주 또는 일주를 기준으로 한다. 일주 기준이 더 유력하다. 

- 해당 간지부터 순행한다.

- 천간 '계'가 끝나는 다음의 두 개의 지지가 공망이 된다.

- 일주가 '을해'라면, 순행하면 '을해-병자-정축-무인-기묘-경진-신사-임오-계미'이다.

- '계미'로 끝나므로 다음 지지는 '신(申)과 유(酉)'이며, 공망이 된다.

 

연습 1> 일주가 '계묘'라면 공망이 되는 지지는 무엇일까?          => 정답 : 인, 묘

연습 2> 연주가 '병진'이라면 공망이 되는 지지는 무엇일까?       => 정답 : 자, 축

 

2. 갈망이라는 의미의 공망

 

실제로 식상이 공망인 사람 중에 교사가 많다. 재성이 공망인 사람 중에 부자가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은 자기한테 부족한 것을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기 마련이다. 주변의 지인은 모든 옷 색깔이 화려하다. 무채색이나 파란색의 옷을 입은 적이 없다. 사주를 보았더니 모두 찬 기운 일색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색깔을 통해서 색깔 치료 및 한습한 사주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망이란 실제로 없는 육친일 수 있지만, 갈구하는 것일 수 있다. 없으면 갈구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없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는 지 몰라 갈구할 수 없다. 이미 있는 것이었고, 써봤더니 좋았고, 없으니 아주 불편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망은 없는 것이 아니라, 강렬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 무엇이다.

 

사람마다 만족의 기준이 다르다. 한 달에 얼마를 벌었으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갑돌이는 '250만원', 갑순이는 '5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갑경이는 한 달에 '5억 원'이라고 하며, 그것도 부족할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망의 의미가 달라진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그 돈이면 충분하니까 공망이 아니다. 그러나 갑경이는 5억도 부족할 것 같다고 하니, 재성이 공망인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재성이 공망인 사람 중에 부자가 많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벌어도 벌어도 욕망을 채우려면 한 참 먼 것이다. 

 

3. 과잉의 시대 공망의 의미

 

일본 NHK '쯔이떼 잇떼모 이이데쓰까(따라가도 좋습니까)'라는 프로를 재미있게 보았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의 집 구경을 하고, 인생사를 듣는 것이다. 역겨울 정도의 쓰레기 집이거나 정리를 안 하고 물건들이 적재된 집들이 그대로 공개된다. 한국에서도 tvN에서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가 있었다. 너무 많은 물건들을 나누고 버리고 정리하고 나면, 보는 사람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맥시멀 라이프의 삶에 얼마나 지쳤으면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1,000원이면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쉽게 집에서 온갖 쇼핑을 할 수 있으니, 집안은 물건 과잉이다. 또한 단짠, 달다구리한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니 내 몸속은 영양 과잉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음식이 영양섭취가 아닌 오락'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처럼 모든 것은 점점 심해져 간다.

 

옛날 절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스님들이 마당에 물을 뿌리고 빗자루 자국이 가지런하게 나도록 마당을 쓴다.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잡념을 비워낸다고 하여 '소제 수양'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가진 물건에는 추억과 기억이 서려 있다. 소중함도 아름다움도 유통 기한이 지나면 잡념이 된다.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도 그런 맥락에서 '소제 수양'이 되는 것이다.

 

소비과잉, 정보 과잉, 탄수화물 과잉, 영양과잉, 자의식 과잉... 결핍의 시대였다가 과잉의 시대가 된 작금에 와서는 사주명리학의 '공망'이 주는 지혜를 깨닫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과연 채워질 수 있는 것인지, 그 다음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갈증이 난다고 끊임없이 바닷물을  들이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망'과 관련해서 나의 삶도 반추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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