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운성은 현대적 의미로 MBTI 검사이다

12 운성은 강약이 아니라 성질이며 특질이다. 그런데 강약으로 해석하게 되는 이유는 그 명칭에서 연유한다. 12 운성은  ‘포(또는 절)-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묘’로 모두 12개이다. 특히 '절(포), 관대, 제왕, 쇠, 병, 사'라는 명칭은 12 운성을 일간의 강약 또는 운세의 강약으로 착각하기에 매우 합리적인 근거가 된다.

 

* 우선 12 운성을 붙이는 법을 이해한다. 

 

12 운성은 일간 오행의 묘고 바로 다음의 지지부터 ‘포(또는 절)-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묘’를 붙인다. 예를 들면 갑목이 일간이라면, 갑목의 묘고는 미토가 된다. 미토 바로 다음인 신(申)이 포(절)가 되며, 그다음부터 유(酉)가 태, 술이 양...이 된다.

 

그러면 무토가 일간이면, 무토의 묘고는 무엇인가? 무토는 화토와 같은 형제이므로 묘고는 술토가 된다. 술토 다음인 해(亥)부터 ‘포(절)’가 된다.

 

* 12 운성이 일간이나 운세의 강약이 아니라는 근거

 

1. 12 운성은 기질적 특성이다

 

사주 간명을 하다보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12 운성 중에 '절, 태, 양, 쇠, 병, 사' 같은 것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12 운성이 일간의 강약을 의미하며, 강한 것이 좋은 운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장생, 관대, 관(건록), 제왕' 이런 것들로 짜여져 있어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6년간 고행하며 성불하셨다. 예수님도 혼자 광야에서 40일간을 기도하셨다. 두 성인은 매우 내향적이며, 끈기가 있고, 진리 탐구적이다. ‘장생, 死, 墓’의 특질에 가깝다. 두 성인은 엄청난 파워를 지녔지만 12 운성 중에 '관대, 제왕'의 특질은 아니다. 오히려 진시황, 트럼프 등이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보아 12 운성은 강약보다는 기질적 특성을 의미한다.

 

2. 12 운성은 수평적 다양성이다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지구력이요, 50m 달리기를 잘하면 순발력이요, 무거운 것을 잘 드는 것은 근력의 문제이다. 운동 선수 DNA를 타고난 경우를 제외하고,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경우는 흔치 않다. 지구력이 있는 대신 순발력이 떨어지고, 근력은 없지만 탁구나 구기 운동을 잘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암기력과 문해력은 둘 다 두뇌의 활동이지만 별개의 문제이다. 자연계열과 인문계열 출신의 패러다임 역시 다르다. 끓는 물을 보고 문과생은 따뜻한 커피를 생각하고, 이과생은 끓는 점을 생각한다. 이런 것은 강약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평적 다양성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이다.

 

3. 12 운성은 에너지의 총량이다

 

사람 중에 외유내강으로 겉으로 조용조용해도 내면은 강철 심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조폭도 서열이 아래일수록 양아치에 가깝고, 보스는 매우 젠틀하다고 한다. 물론 영화나 소설 속의 설정이지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활화산과 휴화산을 예로들어 보겠다.용암을 수시로 분출하는 활화산과 지표 아래 엄청난 마그마를 품고 있는 휴화산이 있으면 어느 쪽이 더 무서울까? 12 운성으로 치면 전자는 '帝王'에 해당하지만, 후자는 '墓'이다. 그런데 휴화산이 더 무서운 것은 축적된 마그마가 일시에 터지면 커다란 댐이 터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겉으로 '墓' 이지만 속은 '帝王'인 것이고, 겉이 '帝王'이면 속은 '墓'인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의 구조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3 가지로 나누었다. 의식은 바다에 잠겨있는 빙산의 아주 일부분으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생각, 의지 등이다. 전의식은 의식하지 않지만 의식이 존재하는 단계이다.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의식하지만 어떻게 타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는다. 무의식은 우리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정신이다. 꿈과 상징이 대표적이다. 빙산이 얼마나 수면 위로 드러나는지와 관계없이 빙산은 원래의 총량이 있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총량이 100이라고 했을 때, 드러나는 것이 1이면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99가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12운성을 해석해보면 다른 것이 보일 것이다. 

 

4. 12 운성은 TPO, 다양한 페르조나이다

 

소설의 캐릭터는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나의 성격, 하나의 페르조나로 살 수 없다. 내가 어느 자리에서는 갑이고, 어느 자리에서는 을이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냉철하지만, 남몰래 고아원이나 불우이웃을 돕는 독지가일 수 있다. 나의 네 지지인 연-월-일-시와 대운의 12 운성은 때-장소-경우에 해당하는 TPO이며, 페르조나로 해석해 보면 좀 더 다양하고 현대적인 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결어

 

수잔 케인은 <콰이어트>라는 책의 저자로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이다. 본인은 내향형인데, 외향형이 우월하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밖에서는 외향형 인간으로 살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밖에서 번아웃된 에너지를 집에 들어와서 조용히 책을 보며 혼자 사색하며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받는다고 했다. 그녀는 12 운성 중에 어느 것에 해당될까? 군검경에 해당하는 법률 관련 직업을 가졌고, 왕성하게 활동하며 유명하니 ‘帝王’이다. 그러나 안에서는 조용히 사색적인 생활을 하니 ‘死’에 해당한다. 

 

수잔 케인은 외향형이 우월하고, 내향형이 열등하다는 사회적인 편견에 도전하기로 했다. 내향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수많은 명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며, 오랜 기간 데이터를 축적하며 연구를 했다. 그 결과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우열이 아니라 단지 다른 특질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잔 케인의  '내향적인 사람의 힘' 이라는 유명한 TED 강의와 저서 <콰이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12 운성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 조용히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운이 약하거나, 성격이 약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길 좋아며 활동적인 운동선수가 운이 강한 것도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다. 체질과 적성과 기호에 부합하는 각자의 인생, 다양하고 개성적인 성품은 선악이 아니며, 강약이 아니며, 행운과 불운이 아니며, 노소가 아닌 심리적 특성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12 운성은 현대적 의미로 일종의 심리 적성 표준화 검사, MBTI 검사, Holland 검사에 가깝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